[서울경제]
지난해 한국의 성인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환자 수가 12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관련 의료비도 200% 이상 늘어 1000억 원을 넘었다. 갑상선암 환자는 2022년 기준 3만 3914명으로 5년 전보다 11% 증가했고 1980년대와 비교하면 몇 배나 급증했다. 질병 증가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2020년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조사에서는 성인 5명 중 1명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고 우울·불안 장애는 전년 대비 25%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신체·정신 질환이 폭 릴게임한국 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보고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신간 ‘진단의 시대’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현대인이 더 아프기 때문”이라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풍부한 임상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밝혀낸다. 저자 수전 오설리번은 영국 왕립런던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했으며 현재 영국 국립신경·신경외과병원에서 신경학· 카카오야마토 임상신경생리학 전문의로 재직 중이다. 정신성 장애 환자를 오랜 기간 진료해온 전문가로 ‘병의 원인은 머릿속에 있다’ ‘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등의 저서를 통해 일반 독자뿐 아니라 전문가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왔다.
저자는 본인이 의료 현장에서 갖게 된 현대 의학의 과잉 진료와 과잉 의료화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상당수 환자들은 이미 릴게임5만 다른 의사에게 받은 진단명이나 인터넷을 통한 자가 진단을 들고 진료실을 찾는다. 자폐, ADHD, 투렛, 섬유근육통, 편두통, 불안장애, 섭식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노화와 수면 변화, 성욕 감퇴, 완경, 슬픔 같은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까지 병리적 범주로 분류되는 현실도 지적한다.
‘과잉 진단’과 ‘과잉 의료화’가 심화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다신릴게임 의료 기술 발전에서 비롯된 ‘과잉 검출’ 때문이다. 조기에 매우 약한 형태의 이상 증세까지 포착해 질병으로 규정해버리는 구조다. 여기에 질병의 경계를 넓히는 시스템도 환자 수 증가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2003년 미국당뇨병협회는 공복혈당 정상 기준을 6.1mmol에서 5.6mmol로 낮췄다. 이 결정으로 당뇨 전 단계 환자는 하룻밤 사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이 2~3배 늘었다. 정상과 질병 사이의 회색 지대에 있던 이들이 대규모로 ‘질병군’에 편입된 것이다. 저자는 이를 ‘진단 침입’이라 부른다. 기준 변화 하나로 건강한 사람이 환자가 되는 일은 다른 질환에서도 벌어진다.
환자들이 주장하는 이상 증세를 질병으로 규정해 설명하려다 보니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병명도 갈수록 늘어난다. 자세기립빈맥증후군(POTS)은 앉거나 누워 있다 일어날 때 심박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어지러움과 피로가 나타나는 증상으로 최근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롱코비드는 대중이 먼저 용어를 사용하고 과학적 정의가 뒤따른 사례로 논란 끝에 세계보건기구가 만성질환으로 인정했다.
많은 이들이 “과잉 진단이 과소 진단보다 낫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과잉 진단이 ‘무조건 개인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평생 문제가 되지 않았을 미세 암이 고강도 치료로 이어질 수 있고, 자폐·ADHD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질 경우 아이의 자존감과 도전 의지를 약화시키는 폐해도 우려된다. 사회적으로는 경미한 증상자까지 의료 체계로 흡수되면서 돌봄이 절실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자원이 분산되고 급증하는 의료비와 공공 의료 시스템의 피로가 누적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과잉 진료나 과잉 의료화를 말하는 것은 자칫 개인의 건강을 희생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주장으로 오해받기 쉬워 많은 의사들이 조심스러워하는 주제다. 그럼에도 저자는 현대 의학이 만들어낸 혜택과 부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단이 삶을 규정하는 꼬리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적정한 수준의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정치적·사회적 담론이 아니라 20년 넘게 진료실에서 수많은 환자를 돌본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결론이기에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2만 2000원.

이혜진 선임기자 hasim@sedaily.com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