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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코리아나미술관 지하 2층 전시장에서 진행된 이완 작가의 개인전 개막 퍼포먼스 모습. 바이올리니스트 백경씨의 연주로 안무가 이재윤씨가 전통 탈춤의 춤사위를 재해석한 몸짓극을 벌이고 있다. 백 연주자 뒤로 이완 작가의 벽면 설치 작업 ‘거대한 뿌리’가 보인다. 노형석 기자


이완(46) 작가는 활대를 당기며 먹화살을 열차례 쏘았다.
뭉툭한 화살 끝에 먹을 묻힌 화살은 10여m 떨어진 종이 과녁에 대부분 명중했고, 시커먼 자욱들을 남겼다. 뒤이어 과녁 종이에서 지린내처럼 시큼한 먹의 아교 냄새가 우러나오면서 전시장 내부로 퍼져갔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린 이 작가의 개인전 바다이야기#릴게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발과 짚신’ 개막 현장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퍼포먼스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지하 1층 전시장 안쪽에서 그가 활을 쏘기 전 안은미컴퍼니 출신의 남성 춤꾼 이재윤씨가 봉산 탈춤의 전통 탈을 썼다 벗었다 하면서 기괴한 춤사위를 밀어 올리는 몸짓판이 벌어졌다. 바이올리니스 백경씨는 쥐어짜듯 찢어질 듯 이어 릴게임추천 지는 현대 악곡으로 화답했다. 자지러지는 악곡의 선율과 전통 탈춤을 변용한 춤꾼의 안무가 뒤섞여져 펼쳐졌다.



지하 2층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채 붙어있는 이완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업 ‘거대한 뿌리’의 일부분. 노형석 기자


릴게임추천 그들이 안간힘을 쓰며 벌이는 연주와 춤사위의 배경 무대는 옆벽에 가득 붙은 지난 2세기 조선·한국의 역사적 모자이크들. 신문, 잡지 등 역사적 기록물과 서예, 그림 등 예술품·생활기물을 비롯한 과거의 잡동사니들이 뒤발되어 나붙은 이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품 ‘거대한 뿌리’다. 파노라마처럼 역사적 산물들이 들어찬 벽 앞에서 연주자와 춤꾼, 바다이야기예시 작가는 각기 특정한 행위를 하면서 냄새와 시각, 청각을 울리는 몸짓으로 시대에 대한 감각을 연출한 자리였다.
‘메이드 인 코리아’전은 세계화와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경험과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작가가 직접 제작을 체험한 우리 전통 산물들을 통해 묻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를 통한 대량생산 대량유통 체계가 인류에게 획일적인 감 골드몽릴게임 각을 강제하면서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품화하며 고유의 감각을 해체했다는 문제 의식에 바탕해 작가가 직접 전통적 기술을 찾아 배우며 ‘메이드 인’ 시리즈의 맥을 이어가는 작업들을 내놓는다. 가발, 짚신, 한지, 먹, 활 등을 오랜 시간 제작해온 장인을 만나고, 소금 생산을 주도했던 지역을 방문해 직접 그 물건을 생산하고, 그 산물과 제작 과정을 그대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완 작가가 지난해 만든 영상 설치 작품 ‘메이드 인 코리아―소금’. 전통적인 산수 풍경이 그려진 8폭짜리 병풍 앞에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단채널 영상을 놓았다. 노형석 기자


이를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단절된 ‘전통’이 어떻게 서구적 기준과 시선에서 해체되고 다시 복원되는지를 관객과 교감하려 한다. 다큐멘터리 영상 6편과 ‘거대한 뿌리’ 대형 설치 작업 등 모두 18점을 내놓았다. 사라진 전통과 잊힌 감각이 가상의 이미지로 대체된 이 상황 속에서, 작동을 멈춘 정서와 감각을 수집하고 과거 파편을 연결해 사라진 감각의 지형도를 그리는 셈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이중공간 사이에 틈새 지대가 형성돼 현재 우리를 포괄 혹은 규정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려 한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29일까지.



전시 포스터. 18세기 말~19세기 초 프랑스 인류학자 장 밥티스트 앙리 드 생 소베르(1748–1809)가 그린 ‘조선의 남녀’라는 일러스트화다. 아시아에 대한 민족학적 분류 화보를 제작했던 소베르는 조선에 간 적이 없어 선교사 등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만 당대 조선인을 묘사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