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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총재(현 총리) 후임이 정해진다. 일본 국회에서 최다 의석을 가진 자민당의 신임 총재는 이변이 없는 한, 이달 15일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된다.
이날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44세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이 앞서가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보상과 하야시 요시마사(64) 관방장관이 막판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일본 정치권의 한 의원은 “자민당은 작년과 올해 연이어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선거에 대패한 만큼, 다음 선거를 치를 때 유리한 총재를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말실수가 많은 고이즈미에 대해선 불안도 있지만, ‘선거의 얼굴’로는 최적이라는 소극적인 지지가 많다”고 말했다. 카드마술



◇日 자민당 선거, 결선까지 갈 가능성… “누가 되든 한일관계 중시”
현재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판세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뒤, 결선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해 총재로 선출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자민당 총 이자지원조례 재 선거는 당 소속 국회의원 295명과 당원·당우(자민당을 후원하는 정치 단체 회원)의 투표를 절반씩 반영,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나오면 즉시 확정한다. 하지만 누구도 과반수를 차지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1·2위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예상된다.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판세 조사에서 고이즈미는 국회의원 82명의 지지를 확보, 하야시 요시마사( 기업회생 50명 지지) 관방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40명) 전 경제안보상보다 앞섰다. 4·5위인 고바야시 다카유키(33명) 전 경제안전보장상과 모테기 도시미쓰(29명) 전 간사장은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지지 후보가 확인되지 않은 국회의원은 51명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의 자민당 지지자 대상 여론조사에선 고이즈미가 40%로 1위였고, 다카이치(25%)와 수집가 하야시(16%)가 뒤를 이었다.
결선 투표에는 고이즈미에 이어 다카이치가 2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2위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역전 승리할 가능성이 제로인 건 아니다.
작년 9월 총재 선거 때는 다카이치가 당원 득표에서 압승해 1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결선에선 2위인 이시바 시게루가 역전했다. 당시 3위 고이즈미와 부동산정보센터 4위 하야시를 지지한 의원들이 결선에서 대부분 이시바에게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가 고이즈미와 하야시를 각각 농림상과 관방장관으로 중용한 것도 이런 합종연횡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엔 다카이치가 2위로 결선에 오른다 해도 뒤집기는 쉽지 않다. 떨어진 하야시 지지 의원들이 다카이치가 아닌 고이즈미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본 정치권의 정설이다. 강경 우파의 다카이치를 경계하는 반(反)다카이치 분위기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 여전하다는 것이다.
막판 변수는 당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파벌,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지지가 꼽힌다. 다카이치의 마지막 희망은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막판에 전폭적인 지지에 나서면서 보수 성향 의원들에게서 몰표를 받는 것이다.
만약 고이즈미와 하야시가 결선에서 맞붙는 경우, 이변의 드라마가 쓰일 수도 있다. 탈락한 3~5위 후보를 지지한 의원들이 하야시로 몰리는 시나리오다. 하야시는 관방장관·외무상·문부과학상 등을 역임해 각료 경험이 풍부하고 안정감 있는 정책통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한 방송사는 “선거 전날인 3일 밤, 자민당 주요 인사들이 막후에서 합종연횡에 나설 것”이라며 “부처의 대신(장관)·부대신(차관)·정무관(차관급) 등 주요 보직 인사나 정책이 거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누가 차기 총리가 되든 ‘한일 관계 중시’라는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대립, 북한의 미사일 도발, 중국의 대만 침공 위기설과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안보 측면에서 한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잃은 소수 여당인 상황에서, 차기 총리가 자신의 지론만으로 무리하게 한국과 관계 악화를 추진할 동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고이즈미와 하야시는 이시바 내각의 뒤를 잇는 인물이기 때문에 한일 관계를 깰 이유가 거의 없다. 고이즈미는 지난 8월 방한해 조현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기도 했다. 하야시는 지난 5월 도쿄에 있는 주일 한국 대사관이 주최한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가족 모임’에 아내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둘을 친한(親韓) 인사로 분류하기는 모호한 것도 현실이다. 고이즈미는 올해 8월 15일 제2차 대전의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정치인이다. 하야시는 일·중 우호의원연맹의 회장을 역임해, 주로 ‘중국통’으로 불린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가 총재에 당선될 경우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다카이치는 “한일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겠다”면서도, 시마네현에서 개최하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에 차관급 대신 장관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다카이치는 “(한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며 “모두가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차기 총리가 역사 문제 등으로 한국을 자극하는 언동을 하면, 한국 정부는 여론 탓에 어려운 대응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 관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가 당선될 경우 일본 자민당 최연소 총재이자,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최연소 총리가 된다.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에 이은 부자(父子) 총리라는 타이틀도 갖는다. 다카이치가 역전승한다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