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에서 숙명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키쿠오(요시자와 료·오른쪽)와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가 ‘도조지의 두 사람’을 함께 공연하고 있다. 승려를 사모한 여인이 연정을 돌려받지 못하고 오히려 속임을 당하자 뱀으로 변해 승려를 죽이고 투신자살했다는 설화를 가부키로 옮겼다./NEW


재일 한국인 이상일(51) 감독의 영화 ‘국보(国宝)’가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국보’는 지난 24일 매출 173억7740만엔(약 1640억원)을 돌파하며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더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무비 2’(2003)의 기록을 22년 만에 깼다. 누적 관객 수는 1231만명을 넘어섰다.
‘국보’가 일본에서 커다란 공명을 일으킨 것은 현시대의 불안과 긴장을 예술에 대한 찬미로 승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패왕별희’, 한국의 ‘서편제’와 일맥상통할 미학적 성취를 이루면서 동시에 일본 사회 저류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졌다. 릴게임골드몽 ‘국보’는 가부키 영화가 아니다. 가부키는 소재로 쓰였을 뿐, ‘국보’가 건드리는 핵심 화두는 계승(繼承)이다. 불안한 시대, 미래를 이어받을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는다.
영화는 이를 위해 극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두 주인공을 내세운다. 재능을 갖고 태어난 야쿠자 가문의 아들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혈통을 타고 태어난 가부키 가문의 아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다. 두 사람의 선명한 대비가 3시간 동안 장대하게 펼쳐지며 현시대 일본인들의 고민을 거울처럼 돌아보게 한다.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고, 바꿔야 할 것은 어떤 것인가. 전통은 현재를 구겨 넣어서라도 존중해야 할 틀인가, 과감히 부숴야 할 고답적 유산인가. 예술뿐 아니라 국가, 가족, 지역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골드몽 혈관처럼 뻗어 있는 질문이다. 특히 조화의 문화인 ‘와(和)’를 중시하고 전통을 이어갈 암묵적 균형추를 끊임없이 탐문하는 일본 사회에서는 울림이 크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이상일 감독이 일으킨 파동이기에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국보’의 두 남자는 실력으로 넘을 수 없는 혈통의 벽, 혈통으로 닿을 수 없는 재능의 경지를 황금성게임랜드 서로 흠모한다. 슌스케를 향해 “네 피를 컵에 담아 마시고 싶다”고 울먹이는 키쿠오의 진심은 태생적 제약에 발 묶인 일본 청년층의 답답한 가슴을 두드린다. 피를 가진 슌스케라고 모든 것을 마냥 누리지는 못한다. 키쿠오처럼 아득한 영역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축복이었던 혈연이 가져다준 유전병에 결국 꺾인다. 지극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살지”라고 탄식하는 한 조연의 대사는 관객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의문으로 돌아온다. ‘국보’는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고 절대의 경지에 오르는 인간 승리를 보여주며 극상의 카타르시스도 선사한다.
키쿠오는 어린 시절 자신의 눈앞에서 절명(絕命)한 부친의 마지막 모습을 평생 품고 살았다. 시리도록 흰 눈발이 날리는 겨울 정원에서 붉은 피를 토하며 숨져간 아버지의 모습은, 흰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서야 하는 숙명의 예고였다. 그의 삶은 붓을 들어 흰 얼굴에 붉은 점을 찍으며 다시 시작됐다. 그래서 ‘국보’의 포스터와 제목 등 모든 이미지에는 한 획의 붉은 점이 있다. ‘국보’는 우리 사회를 이어가기 위한 붉은 점을 각자 어디에 찍어야 할지 찾아보자고 말한다.
‘국보’는 국내에서 지난 19일 개봉해 누적 관객 7만2020명(25일 현재)으로 독립·예술 영화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다. 내년 3월 미국 오스카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일본 출품작으로, 한국 출품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경쟁한다. 86국 출품작 중 15편이 내달 추려지며, 최종 후보 5편은 내년 1월 발표된다.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