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경주에서 열린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14명의 세계 각국 정상이 찾아왔지만, 우리에게 최대 스타는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였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젠슨 황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삼성역 인근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시민들에게 김밥과 우유를 나눠주는 모습은 APEC 회의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른바 치킨 회동 이후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203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0년까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삼성·SK·현대자동차가 각각 5만 장, 네이버가 6만 장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에 공급되는 GPU는 영국(12만 장)이나 유럽연합(10만 장)보다 많다. 현재 국내에 보유 중인 고성능 GPU는 약 4만5000장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납품 일정이나 모델, 비용과 조건 등은 아직 알려지 릴게임골드몽 지 않았지만, 엔비디아가 공급하기로 한 물량까지 합치면 총 30만5000장에 달한다. 중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6곳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다.
AI 가속기는 공급 형태에 따라 제품명이 달라진다. 흔히 얘기하는 블랙웰(Blackwell) 모델은 엔비디아가 2024년 공개한 최신 설계 구조 모델이다. 이전 세대보다 AI 추론 성능이 릴게임사이트추천 30배 이상 향상된 칩이라고 한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26만 장의 공급 금액은 100억 달러를 상회한다. 엔비디아는 최신 GPU 개발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새 제품이 나오면 실제 공급되는 GPU는 달라질 수 있다.
젠슨 황의 방한과 관련된 사실 자체를 정리하자면, 엔비디아가 26만 장의 최신 GPU를 한국 정 바다신릴게임 부와 기업에 팔기로 했다는 것이 전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0월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션파라다이스예시 한국은 위협 요인 없는 '아시아의 안전 기지'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돈을 받고 GPU를 파는 젠슨 황도, 제값 다 주고 사는 우리나라도 이를 '선물'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GPU 수요가 급증하면서 웃돈을 주고도 엔비디아의 GPU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GPU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전략자산이다. AI 훈련의 속도와 규모, 그리고 비용을 결정하는 핵심 하드웨어다. GPU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AI 혁신 생태계를 움직이는 토대다. 그동안 GPU 부족은 정부가 추진하는 'AI 3강' 도약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그렇다면 젠슨 황이 굳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선물'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인사나 정으로 주는 물건이다. 그가 과거 한국의 PC게임 덕을 봤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젠슨 황이 정 때문에 한국에 굳이 '선물'을 줘야 할 이유는 없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누구에게 먼저 GPU를 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엔비디아가 한국을 고른 데는 전략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선 한국은 엔비디아 입장에서 위협 요인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아시아 기지'다. 미국의 규제로 중국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린 엔비디아로서는 'AI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필요하다. 중국에 팔 수 없는 GPU를 정치적으로 안전한 동맹국인 한국에 공급한다면, 엔비디아로서는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국의 협력사들을 자사 생태계에 더 강하게 묶어두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AI 생태계를 함께 키워갈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젠슨 황은 한국을 소프트웨어와 AI 기술, 그리고 제조 역량을 갖춘 희소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은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과 디지털, 통신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와 인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나라다.
엔비디아는 지금 GPU만 파는 회사가 아니다. AI 클라우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슈퍼컴퓨터, 심지어 컨설팅까지 제공하며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AI가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분야에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실물경제와 AI를 결합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엔비디아로서는 AI 혁신에 적극적이고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모두 갖춘 한국은 매력적인 파트너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구축하는 'AI 공장'은 엔비디아가 GPU를 테스트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제공한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미국 기업이 협력하기에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젠슨 황이 한국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으려는 이유다. 엔비디아는 GPU를 공급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기업들과 함께 디지털 공장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장기적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한국은 AI 시대를 준비하는 일종의 실험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2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전시된 제품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에 '원팀!(ONE TEAM!)' 사인을 남겼다. ⓒ연합뉴스


GPU, 귀한 선물이자 '보이지 않는 덫'
하지만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한다는 것은 곧 엔비디아의 언어를 배운다는 뜻이기도 하다. AI 소프트웨어는 흔히 '엔비디아의 숨은 발톱'이라고 평가된다. 엔비디아의 진짜 자산은 GPU보다는 사실 '쿠다(CUDA)'라는 이름의 컴퓨팅 플랫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엔비디아의 GPU를 대규모로 도입한다는 것은 한국의 AI 연구소와 기업, 정부 프로젝트 모두가 엔비디아 생태계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AI 모델 학습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앞으로의 AI 인프라가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AI 생태계를 주도하려는 엔비디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를테면 AI 시대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는 것이고, AI 운영체제의 패권을 잡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GPU 26만 장은 한국의 제조업 혁신을 가속할 귀한 선물이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우리의 AI 기술 주권을 취약하게 만드는 덫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굳이 흠을 잡기만 할 필요는 없다. 엔비디아의 GPU 공급은 '선물'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거래이자 비즈니스다. 거래는 양쪽이 모두 얻는 게 있어야 이뤄지는 법이다. GPU 확보를 통해 한국은 AI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 실질적 이득은 확실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확실한 공급자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 6세대 제품인 HBM4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핵심 공급자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모두 앞으로 우리의 노력에 달렸다는 전제가 붙는다. GPU 26만 장을 확보했다고 해서 AI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활용하려면 전력 공급망 구축부터 규제 합리화에 핵심 인력의 대대적인 양성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GPU 확보는 AI 대전환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