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개발한 공기압만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단방향 로봇이다. Antonio Forte, Mostafa Mousa 제공


전자장치나 컴퓨터, 모터가 없어도 스스로 움직이고 서로 리듬을 맞춰 동작하는 로봇이 개발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오직 공기압만으로 작동하는 '두뇌가 필요 없는(brain-free)' 소프트 로봇을 선보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5일 실렸다. 
연구팀은 일정한 공기압을 가하면 로봇이 스스로 주기적인 진동을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러 개의 모듈을 연결하면 마치 반딧불이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동기화된다.
이 '유체식 로봇(fluidic robot)'은 전기 대신 공기 흐름으로 작동한다. 모듈형 부품이 근육, 센서, 논리회로 역할을 수행한다. 외부 제어 없이 환경과의 물리적 상호작용만으로 행동을 결정한다.
각 모듈은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공기압 변화에 따라 변형하거나 움직이는 '근육' 역할을 한다. 압력이나 접촉을 감지하는 '센서' 기능도 있다.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밸브' 역할도 한다.
동일한 유닛 여러 개를 연결하면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도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 점프하거나 기어가며  심지어 구슬을 분류하는 동작까지 할 수 있다. 모듈들이 서로 물리적으로 연결되고 지면과 접촉할 때 자동으로 움직임이 맞춰진다. 마찰과 반발력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이런 동기화가 일어난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로봇이 전기나 배터리처럼 외부 에너지원이 거의 없는 곳에서도 스스로 움직이고 주변 환경에 맞춰 행동을 바꾸는 로봇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우주 탐사나 해저, 재난 현장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에너지 공급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이 로봇은 공기압만으로 움직이며 균형을 잡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로봇의 몸이 스스로 판단하고 반응하는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 구현의 실마리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안토니오 포르테 옥스퍼드대 교수는 “로봇의 구조 자체에 의사결정 기능을 심으면 별도의 제어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가지능형 로봇이 가능하다”며 “이는 ‘두뇌로 제어하는 로봇’에서 ‘몸이 곧 두뇌인 로봇’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말했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