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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계기로 열린 한미·한중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북한 문제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한 이재명 정부의 'E·N·D 구상'(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의 추동력은 오히려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3일 제기된다.
'北 비 지구 핵화' 중국 구상에서 사라졌나…선명해진 태도 변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97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측은 안보·경제 분야에서의 여러 사안을 폭넓게 논의하고,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핵심 현안 중 하나인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는 양국 간 온도 차가 드 현재분사 러났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비핵화 및 평화 실현 구상을 소개하고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면서 "이에 시 주석도 한반도 문제 해결과 평화·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시 주석의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취업자격증 반면, 중국 측에선 사실상 한반도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일 "장기적 관점에서 중한관계를 바라보고 상호 존중 속에서 공동 발전하며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협력하고 상생해야 한다"며 "각자의 사회 제도와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배려하며 우호적 협상을 통해 갈등과 차이를 적절히 처리해 한국은행 야 한다"라는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했지만 '북한' 이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 '서로의 핵심 이익을 배려한다'는 말은 중국 측이 한국이 제기한 대북 사안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피할 때 사용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중국 측이 의도적으로 북한 사안에 대한 논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근로기준법 유급휴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시 주석의 APEC 외교를 소개하면서 한국을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면서도 한국과 각종 협력사업 추진에 합의했다는 내용 외에 대북 사안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은 시 주석의 마지막 방한이었던 지난 2014년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라고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전반적으로 북한을 더 감싸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올해 들어 다시 가까워지는 북중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전승절 80주년 행사 때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신의 좌우에 세우며 '반미 연대' 차원의 3각 밀착을 과시하고, 김 총비서와의 정상회담 결과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한 것과 달라진 모습으로,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제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美, 북미 대화 적극 추동하지만…'비핵화' 외면은 더 심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 장소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백악관 공식 사진, 다니엘 토록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류정민 특파원


북핵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중국보다 더 노골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한미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회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 및 중단·축소·폐기를 통한 비핵화 추진 의지를 설명했다"면서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을 계속 '핵보유국'으로 지칭하고 있다. 두 번째 집권을 위한 대선 유세 때부터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로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앞두고도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라며 '뉴클리어 파워'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의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를 인정받는 것이 NPT 체제에서의 인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주시하며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핵무력 강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핵화'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었던 미국이 이제 북한의 핵무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마저 나온다.
이러한 상황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북한의 전략적 입지를 계속 높이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레버리지를 약하게 하는 요인이다. 당장 이 대통령의 'E·N·D 이니셔티브' 구상에 대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명시적인 지지 입장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세의 변화에 따라, 특히 북미 중심의 대화가 진행된다면 정부의 구상이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북한이 모든 외교에서 한국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비핵화(Denuclearization) 외에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라는 E·N·D 구상의 다른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명확한 발표들이 모두 빠진 것은 미중 모두 북한과의 관계를 비중 있게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비핵화라는 목표를 대북 구상에 명시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