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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선했다. 먹고[편집자주] 재개발과 이주는 비단 인간만의 문제일까. "이 동네는 철거되니 거처를 옮겨주세요"라고 말해도 대답하거나 소송을 걸 수 없는 길 위의 생명들이 있다.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고양이들과 이들을 지키는 사람들을 뉴스1이 동행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재개발지구에 남겨진 동네 고양이가 케어테이커가 나눠주는 밥을 먹기 위해 살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2025.05.25/ⓒ 뉴스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저희 진짜 이 다리 건너요? 괜찮은 거 맞아요?"


사업자 마이너스통장 폭 5m가량의 개천 위에 놓인 너비 50㎝ 정도의 납작한 나무판자는 철제 구조물이 아래를 받치고 있긴 했지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반동으로 흔들렸다.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먼저 다리를 건넌 고양이 구조 봉사자 A 씨(40대·여)는 다리를 후들대는 기자에게 "잡아드릴까요?"라며 팔을 뻗었다.
마이크레딧 신용등급무료조회 A 씨는 매주 다리 너머 폐비닐하우스 근처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밥과 깨끗한 물을 주기 위해 이 다리를 건넜다. 지난 12월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반년이 넘게 이어진 강행군이다.
목표는 단 하나. 사람들과 함께 살다 영문도 모른 채 남겨진 고양이들을 먹여 살리고 구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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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재개발지구 내에 놓인 외나무 다리. 이 다리 건너 폐비닐하우스에는 동네고양이들을 위해 케어테이커들이 마련한 겨울집과 급식소가 있다. 2025.05.08/ⓒ 뉴스1 권진영 기자





아파트대출갈아타기 재개발지구 바닥에 유리 그릇 파편과 함께 주민이 쓰다 버린 쓰레기와 수저 등이 떨어져 있다. 2025.05.08/ⓒ 뉴스1 권진영 기자


그 자신도 "그 겨울에 어떻게 다녔지? 살면서 이런 동네 처음 왔어요"라고 할 정도로 방배동 성뒤마을 재개발 구역은 길목마다 아직 허물지 않은 판잣집과 버려진 9월 주택담보대출금리 비닐하우스, 깨진 건물 파편과 유리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A 씨는 "이걸 보니까 안 나올 수가 없더라"라고 말했다. 그렇게 방배동과 아무 인연이 없는 A 씨와 동료들은 이곳에서만 고양이 30여 마리를 구조했다. 앞으로 구조해야 할 개체수는 60~70마리로 추정된다.
그는 재개발지구를 보고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생각났다고 했다. A 씨는 "여기가 재활용품 쓰레기들이 모이던 동네더라고요.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밥을 먹고 살았던 애들이에요. 길 하나 두고 맞은 편에는 아파트가 있죠"라고 설명했다.
방배동 주민이 아닌 경기도 시민 A 씨가 이렇게 돈과 시간을 써가며 애정을 쏟는 이유는 '눈에 밟혀서'다. 그는 "우리 고양이가 이런 데 있다면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고양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선생님이다. 고양이를 키우며 삶의 폭이 넓어지고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을 배웠다"고 했다.
동료이자 가장 자주 방배동을 찾는 남혜영 씨(51·여)도 같은 마음이다. 밥자리 관리를 위해 언덕이며 울타리를 넘어 다니다가 발목 힘줄 부상을 입었지만 깁스를 끼고서도 고양이들을 챙겼다.
그런 정성을 아는지 남 씨가 "애옹 밥 먹어~"라고 말을 걸자마자 고등어 무늬, 얼룩무늬 고양이와 삼색 고양이가 슬그머니 등장했다. 고등어 무늬 고양이는 대놓고 배를 까면서 남 씨에게 친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재개발지구에 남겨진 고양이들이 케어테이커가 나눠주는 밥을 먹기 위해 등장했다. 2025.05.25/ⓒ 뉴스1 권진영 기자


남 씨는 인천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주에 최소 2번씩 방배동을 찾는다. 또 이틀은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쉼터를 찾아간다.
이 쉼터에 머무는 고양이 약 30마리. 구조자들은 이들을 '다락방 고양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상당수는 방배동에서 구조돼 임시 보호자 또는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입양 문의는 인스타그램 'seoul_cats'를 통해 가능하다.
쉼터 유지 비용은 남 씨를 비롯한 동료 총 7명이 합심해 대고 있다. 기부금이 간헐적으로 들어오지만 구조·치료비 등 추가 비용을 메꾸려면 사비를 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서초구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TNR(길고양이 중성화) 이외에 지원은 받지 못했다. 용산구가 보광동에 마련한 것과 같은 '공공 밥자리'를 신청하려 했으나 접수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남 씨는 "사건 사고라는 것이 특정 시기를 예정하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방배동 재개발지구에 남겨진 고양이들을 책임지는 것은 오롯이 케어테이커들의 부담이 됐다.



남혜영 씨 등 방배동 고양이 케어테이커들이 운영 중인 쉼터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정기·비정기 봉사자를 구하고 있다. (출처 : seoul_cats)


체력, 시간, 사비를 쏟으면서까지 고양이들을 구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남 씨는 "살면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은 굶주림, 죽음에 대한 공포 등 신체적인 고통이다"라고 지적했다.
인지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인간의 뇌 속에 있는 소위 '거울 뉴런'이 다른 이가 고통을 받으면 그 자신도 고통을 느끼게 한다며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를 구하는 것은 곧 인간들의 정신적 고통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남 씨는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소외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생명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와 건설사들이 이런 부분에도 더 투자하길 바라고, 사회를 함께 사는 구성원의 고통에 대해 더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이후에 인간의 고통에 대해 고민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남 씨와 활동가들은 함께 다락방 고양이들을 돌볼 동료를 애타게 구하고 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