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의 배송트럭이 줄지어 서 있다. 임형택 기자


“팀장급(L7) 이상 리더는 이미 인도인, 중국인이 절반 넘게 장악했습니다. 한국인 개발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박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터지면 외국인 임원은 책임지지 않고 뒤로 숨기 바쁩니다.”(익명 커뮤니티의 쿠팡 직원 게시글)
쿠팡의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중국 국적 전직 직원의 소행으로 가닥이 잡히자 그동안 쿠팡이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글로벌 인재 야마토통기계 채용 전략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글로벌화와 비용 절감을 앞세워 검증되지 않은 해외 인력을 무분별하게 늘리다가 내부 통제와 관리 실패로 한국 국민의 정보를 통째로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외국인 개발자가 본사 점령”
1일 국민연금공단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쿠팡의 한국 본사인 ‘쿠팡 주식회사’ 릴게임모바일 직원은 총 1만2203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임직원이 10%가량인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20~30%를 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뿐 아니라 해외 사무실을 포함하면 이 비중은 더 높아진다. 쿠팡은 서울과 판교뿐 아니라 해외 각지에 개발 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 마운틴뷰·시애틀·워싱턴DC는 물론 중국 베이징과 상하 게임몰릴게임 이, 인도 벵갈루루, 대만 타이베이, 싱가포르 등 세계 10여 개 도시에서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런 양적 팽창에 걸맞은 질적 내부 통제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개발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중국과 인도에서 인력을 대거 채용해 한국 프로젝 야마토릴게임 트에 투입해 왔다”며 “특히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중국인 전직 직원 A씨처럼 핵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외국인이 늘어나 보안 리스크가 시한폭탄처럼 커져 왔다”고 지적했다.
쿠팡 내부에서는 외국인 직원, 특히 고위직 외국인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 내 핵심 보직인 L7급(팀장·디렉터 게임몰 급) 개발자의 절반 이상이 인도인과 중국인으로 채워진 상태다. 사내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에서는 이와 관련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무분별하게 외국인 직원을 늘리면서 정작 한국 개발자들은 승진에서 배제되거나 뒷전이 됐다”, “인도인, 중국인 리더들은 문제가 생기면 언어 장벽을 핑계로 나 몰라라 한다”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역시 소통 부재와 책임의식 결여가 만연한 조직 문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조원대 과징금 폭탄 터지나
경찰은 쿠팡 고객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데 사용한 IP 주소를 확보해 유출자를 추적 중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정례 간담회에서 “쿠팡 측의 서버 로그 기록을 제출받아 분석 중이며 범행에 사용한 IP도 확보해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자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성 이메일을 쿠팡에 보낸 인물과 동일인인지 등을 확인 중이다. 협박성 메일은 지난달 16일 일부 사용자에게, 같은 달 25일과 28일엔 쿠팡 고객센터에 각각 발송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부과를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전체 매출의 3%까지 부과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최대 1조원대 과징금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명백할 경우 감경 없이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치권도 일제히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박대준 쿠팡 대표와 최고보안책임자(CISO) 등을 대상으로 긴급 현안 질의에 나선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기관을 겨냥해 잇따라 현안 질의할 예정이다.
야권에서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3400만 명의 국민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특별검사를 채택하고 당장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재광/배태웅/정상원 기자 ahnjk@hankyung.com 기자 admin@slotnara.info